흥부와 놀부 – 제비가 물어다 준 행복

언젠가 나의 손주들이 이 이야기를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하며 두 번째 이야기를 적어본다. 흥부와 놀부 이야기 옛날 옛적에 어느 집에 흥부라는 아이가 있었어. 근데 안타깝게도 흥부의 엄마는 아파서 일찍 돌아가셨단다.…

Korean Folktale 흥부와 놀부

언젠가 나의 손주들이 이 이야기를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하며 두 번째 이야기를 적어본다.

흥부와 놀부 이야기

옛날 옛적에 어느 집에 흥부라는 아이가 있었어. 근데 안타깝게도 흥부의 엄마는 아파서 일찍 돌아가셨단다. 흥부의 아버지는 새장가를 드셔서 새 엄마가 들어왔어. 근데 새 엄마에게는 놀부라는 아들이 있었어. 이 아들은 흥부와는 달리 심술이 많고 욕심이 많은 아이였어.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놀부는 동생의 식구들을 모두 내쫓아버리고 모든 재산을 독차지했지.

착한 흥부는 아이들을 먹여살리려고 노력을 했지만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정말 쌀 한 톨을 구하기가 힘들었어. 그래서 놀부 형네 집에 가서 사정을 했어. ‘형님, 우리 가족들이 몇 끼를 굶어 아이들 셋이 모두 배가 고파 힘들어해요. 쌀 한 그릇만 주세요.’ 형은 도와주기는커녕 옆에 있던 주걱으로 흥부를 때리며 내쫓았어. 흥부는 주걱에 묻어 있던 밥알들이라도 모아가지고 집으로 와야 했어. 그렇게 여러 차례 갔지만 같은 신세였어.

힘들게 사는 흥부네 집에 아침마다 새 소리들이 아침을 깨우곤 했어. 제비들이 둥지를 틀어 새끼들을 난 거야. 흥부는 아내랑, ‘이렇게 누추한 우리 집에 새들이 오다니 너무 고마운 일이네.’ 하며 좋아했어. 그런데 어느 날 소리가 나서 문을 열어보니 한 마리가 떨어져 못 날고 있었어. 새끼 새들을 노린 뱀이 공격을 하자 새끼가 피하려다 떨어진 것 같았어. 흥부와 아내는, ‘ 아이, 얼마나 아플까, 일단 다리를 쳐매 주어야겠네.’ 하며 안타까워했지.

원래 제비들은 철마다 여행을 하거든. 봄이면 왔다가 가을이면 다시 따뜻한 곳을 찾아 떠나곤 해. 그래서 사람들은 제비가 오면 봄이구나 하곤 했어. 그렇게 한 해가 지나고 흥부네 집에도 제비들이 돌아온 거야. 흥부와 아내는 너무 반가워하며 제비들을 반겨 주었어. 그런데 갑자기 제비가 무언가를 처마 밑에 떨어뜨렸어. 그것은 박 씨였어. 박이 열리게 하는 씨앗이야.

흥부와 아내는 살림도 어렵고 하니 그 씨앗을 심었어. 옛날에는 박을 키워 여러 가지 방법으로 활용했거든. 호박보다 훨씬 큰 달항아리 같은 박이 열리길 기대하면서 열심히 물을 주었어. 박은 맘씨 좋은 흥부네 집 울타리를 따라 잘 자랐어. 드디어 보름달 같은 둥근 박이 열린 거야. 흥부와 아내는 톱을 가져와서 양쪽에서 잡고 영차영차 하면서 박을 열었어. 잘 익은 박 속을 보려고 한 거야.

큰 박이 열리는 순간 흥부와 아내에게는 너무도 놀라운 일이 일어났어. ‘아니, 이게 다 뭐예요? 여보, 이건 금은보화 온갖 보물이 다 들어 있네요.’ 이건 행운의 씨앗이었어. 부러진 다리를 정성스레 보살펴 준 은혜를 갚으려고 제비가 물어온 선물이었던 거야. 흥부와 아내는 그 보물들을 팔아서 먹을 것도 사고 아이들의 옷거리도 마련할 수 있게 되었지.

그 다음 해에도 제비는 어김없이 박 씨를 물어다 주어 흥부와 아내는 이제 남부럽지 않게 살 수 있게 되었어. 정말 잘된 일이지. 먹을 게 없어서 세 아이들을 데리고 어렵게 살던 흥부는 이제 정말 걱정 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게 되었어. 아마 착한 흥부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나누어 주며 착하게 살았을 것 같아.

이 이야기가 퍼져 결국엔 놀부 형도 소식을 듣게 되었어. 그러자 놀부는 너무 샘이 나고 심술이 난 거야. ‘나도 제비 다리를 고쳐 박 씨를 받아야지.’ 놀부는 집 처마에 집을 지은 제비를 잡아 다리를 부러뜨린 후에 치료를 해 주었어. 그리고 제비가 오기만을 기다렸어.

다음 해에 제비는 놀부에게도 박 씨를 물어다 주었어. 놀부는 신이 나서 박 씨를 심어 박이 열리기만 기다렸어. 박이 무럭무럭 자라 드디어 놀부는 박을 열게 되었어. 영차영차 열심히 박을 반으로 타서 열었는데, 글쎄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으하하하! 네놈 놀부야, 네가 일부러 제비의 다리를 부러뜨렸지.’ 하며 도깨비가 나온 거야. 도깨비들은 놀부의 재산과 집을 모두 빼앗아 버리고 놀부를 혼내 주었어.

놀부는 하루아침에 거리에 앉아 가난한 신세가 되었어. 갈 데가 없어진 놀부는 가족들을 데리고 흥부네 집으로 갔어. 도움을 청할 곳이라고는 없었으니까. ‘흥부야, 내가 모든 걸 잃어서 이제 먹을 것도 없단다. 제발 나를 좀 용서하고 도와주렴.’ 흥부는 형과는 달리 놀부를 용서하고 집으로 받아들여 살 수 있게 도와주었어. 흥부는 끝까지 착한 마음을 잃지 않았고, 가족들과 함께 오래도록 따뜻하게 살았다고 해.

형제 간의 우애

어렸을 때는 놀부가 너무나 밉고 나쁜 사람으로 보였다. 처음 내쫓았을 때부터 어떻게 세상에 그런 사람이 있을까 하고 생각했다. 어린아이들에게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악함과 나쁜 마음이다. 부자가 되는 것이 그럼 나쁜 것일까? 가난해도 괜찮은 걸까? 커가면서 그런 사람이 많고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을 때 다시 이 이야기를 되새겨 보게 되었다.

내가 나중에 그런 상황이 되었을 때 정말 어려운 형제를 도울 수 있을까? 물론 당연하다고 말하긴 해도, 어쩌면 현실에서는 모든 사람에게 아주 쉬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내가 많이 있다고 해서 다 나누며 사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어린 마음에 이 이야기가 준 영향은 엄청 컸다. 듣고 보고 또 만화로도 보면서, ‘응, 놀부는 정말 나빠. 나라면 어떡해든 흥부를 도와주었을 거야. 밥주걱으로 따귀를 때리는 게 아니라 밥 한 통을 주어도 내가 부자인데.’ 라고 생각했다. 전혀 겪어보지 못한 상황 속에서 부와 가난의 문제, 형제 우애의 문제를 처음 들었다.

여기서 나오는 제비는 한국에서는 많이 접할 수 있는 유명한 철새다. 제비가 와서 처마 밑에 집을 지으면 복이 온다고 여기고 기쁜 소식이 올 거라 기대하게 된다. 누구에게라도 보금자리를 내어주는 우리의 고운 풍습을 엿보게 된다. 그게 제비 한 마리라도 말이다.

인심이 좋다라는 말을 많이 들으면서 자랐다. 여행 중에 늦은 시간이라 잘 데가 없어 모르는 집을 두드려 재워 주기를 청해도 들어주는 인심이다. 실제로 대학 시절에 산에 갔다가 민박을 구하지 못해 늦은 시각에 동네 분들에게 부탁해서 자고 왔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곤 했다. 제비에게 처마를 내어주는 일은 당연한 일이고 그런 한국인의 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흥부처럼 박 씨를 얻으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의 질문도 한참 머릿속을 맴돌기도 했다. 복권이나 로또처럼 한순간에 가난을 면하는 방법은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런 복잡함을 떠나 단순히 흥부가 놀부를 용서하고 형제들이 우애롭게 잘 살았다는 것으로 이야기를 맺지만, 비극적인 결말로 끝났다는 설도 있다.

그것이 물론 중요한 바는 아니다. 그보다는 욕심을 부리지 않고 선하게 살면 좋은 날도 올 수 있다는 것을 말하려고 한 것 같다. 혼자 욕심을 부리며 나눌 줄 모르면 결국 제 꾀에 스스로 넘어가 망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입으로 전해 듣는 이야기를 현대판으로 굳이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봄이 되면 제비가 돌아오듯이 열심히 박을 키워 열매를 맺듯이 인생은 견디고 버티다 보면 좋은 날도 올 거라는 희망적인 메시지로 기억하고 싶다.

그림 이야기

흥부와 놀부
흥부와 놀부 옛날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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